봉준호 감독의 영화 설국열차는 프랑스 그래픽노블 Le Transperceneige(1982년 작)에서 영감을 받아 제작되었다. 하지만 영화와 원작은 세계관과 스토리 전개 방식에서 많은 차이를 보인다. 특히 열차 내부의 구조와 계급 구성이 상당히 다르게 설정되었는데, 이는 두 작품이 전달하고자 하는 메시지와 분위기에 영향을 미쳤다. 이번 글에서는 영화와 원작에서 열차 내부가 어떻게 설정되었으며, 그 차이가 작품의 전체적인 주제와 어떻게 연결되는지 살펴본다.
1. 원작의 열차: 보다 현실적인 공간
원작 그래픽노블 Le Transperceneige에서 열차는 냉혹한 현실을 반영하는 공간으로 묘사된다. 기차는 생존을 위한 최후의 공간으로, 자원이 제한된 채 지속해서 순환하는 환경이다. 앞칸과 뒷칸의 구분은 존재하지만, 영화처럼 극단적인 계급 구조를 강조하지는 않는다. 원작의 열차 내부는 군사적이고 산업적인 분위기를 띠며, 모든 공간이 생존을 위한 용도로 활용된다. 음식과 물이 부족하며, 공간이 협소하고 낡아 있다. 즉, 열차 자체가 인류 문명의 마지막 흔적이지만, 동시에 이곳에서 살아가는 사람들 역시 점점 피폐해지는 모습을 보인다. 이러한 설정은 열차가 곧 인류가 처한 비극적인 현실의 축소판임을 강조한다.
2. 영화의 열차: 극단적인 계급 구조와 시각적 대비
영화 설국열차에서는 열차가 극단적인 계급 구조를 반영하는 공간으로 설정된다. 꼬리 칸에 사는 사람들은 극도로 열악한 환경에서 생활하며, 앞 칸으로 갈수록 점점 더 부유하고 호화로운 생활을 누리는 사람들이 등장한다. 이러한 구도는 봉준호 감독이 전하고자 한 계급 갈등의 메시지를 더욱 명확하게 전달하는 역할을 한다. 영화에서는 각 칸이 명확한 테마를 가지고 구성되어 있다. 꼬리 칸은 어둡고 좁은 공간이며, 식량이 제한되어 있어 생존 자체가 어려운 환경이다. 반면, 중간 칸으로 갈수록 기차 내 교육시설, 클럽, 사우나, 수족관, 식물원이 등장하면서 점점 더 풍족하고 세련된 공간이 펼쳐진다. 앞칸으로 갈수록 기술과 사치가 강조되며, 최종적으로 엔진이 있는 칸은 권력을 상징하는 공간으로 묘사된다.
3. 원작과 영화의 열차 이동 방식: 모험 vs 혁명
원작에서는 주인공이 우연히 앞 칸으로 이동하면서 기차의 전체적인 구조를 탐험하는 방식으로 이야기가 전개된다. 그는 열차의 실상을 알게 되고, 결국 열차 자체가 생존을 위한 최적의 공간이 아니라, 점점 망가져 가고 있는 공간임을 깨닫게 된다. 반면, 영화에서는 주인공 커티스가 계급 혁명을 일으키며 강제로 앞칸으로 이동하는 구조로 진행된다. 이는 단순한 탐험이 아니라, 계급 투쟁과 사회적 변혁을 상징하는 과정이다. 영화 속 열차 이동 과정은 폭력적이고 치열한 전투가 동반되며, 이는 원작과의 큰 차이점 중 하나다. 원작에서 열차의 엔진실은 기계적이고 차가운 공간으로 묘사된다. 열차를 움직이는 원동력이 무엇인지 명확히 설명되지 않으며, 엔진실을 유지하는 사람들은 단순히 기술적 역할을 수행하는 인물들이다. 원작에서는 엔진을 유지하는 것이 곧 생존과 연결되며, 이는 인간이 문명을 지속하기 위해 기술에 의존하는 현실을 반영한다. 반면, 영화에서는 엔진실이 더욱 신화적인 의미를 가지며, 열차를 통제하는 '윌포드'라는 절대 권력자의 존재가 강조된다. 엔진실은 단순한 기계적